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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수기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글길_문학 2009. 12. 2. 15:11

소설과 수기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소설과 수기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둘 다 같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둘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라면 하나는 만든 이야기(픽션)이고 하나는 실제 그대로의 이야기(넌픽션)이라는 점일 테지요.

이 단순한 차이가 두 장르의 무수한 차이점을 유발시킵니다. 그런데 우리는 소설을 쓰다보면 수기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소설은, 자기 이야기를 쓰라,  는 명제 때문에 자기 이야기를 쓰다보니 자꾸 수기를 닮아가는 겁니다.

수기는 글 쓴이의 삶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글쓴이가 제외되면 그 글은 의미를 잃습니다. 유명인사의 수기는 그래서 대중적인(상업적인 )값어치가 있는 거지요.  소설은 작자의 삶과 무관하게 가공(객관적인 것)되어 생산되므로 글은 홀로 독립적이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글쓴이가 세상을 떠나도 소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이런 독립적인 성격 탓이지요.

물론 좋은 수기는 소설과 비슷하게 느껴지고(그래서 수기 심사를 소설가가 많이 하죠)  좋은 소설은 작가자신의 이야기(수기)가 아닐까 하며 생생한 느낌을 갖게 되지요.  하지만 그 차이는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가장 빠르겠네요.

가령, 어떤 사람이('나')  교통사고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야기를 글로 적는 다고 합시다. 수기는 '나'가 어딜 가다가 어찌어찌해서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고 그래서 연인을 못만나고 어쩌고 하거나 가족들이 어찌어찌하게 슬프하더라 하는 것을 곡절하게 적는 것입니다.

같은 이야기로 소설을 쓰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사고가 나는 장면이나 병실에 있는 모습이 나의 감정 토로가 아닌 객관적인 진술로(묘사 등) 되어야 합니다. (물론 감정적인 서술형의 소설도 있습니다)  그래야, 사고의 긴박한 상황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삶의 우연성과 우연성을 견디는 모습 등등을  닮아낼 수 있는 거지요.  말하자면 소설은 하나의 사건이 개연성(무수한 가능성 중의 하나)을 밟아 갈때, 삶의 다양한 의미들을 포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지요.   또한,  병실에서의 고독과 연애의 실패, 가족의 안타까움등등도 토로의 방식이 아닌, 교통사고(삶의 우연성)과 맞닦드린 현재적 삶의 편린들(가족등의 인상과 대화를 통해) 들추어 내는 것이 소설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수기는 '내'가 밤에 후레쉬를 들고 어두운 건축물의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것이라면요, 소설은 일종의 건축물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자전적 소설을 한번 생각해봅시다. 이 역시 그렇습니다. 실제의 나가 아니라 화자인 '나'이지요. 화자가 가는 길은 자전적이어서 있는 사실을 그릴 테지만, 그의 횡보는 천연덕스럽게 객관적인 건축물을 축조해가는 방식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통해서 삶의 진실을 돌아보게하는 것이지요. 실제로 "자신이 겪은" 이라는 것도 일종의 표현방식에 불과합니다.

요컨대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 형태를 갖는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자가 빠져도(작자 미상이 되어도) 글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 형태가 소설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완결이란, 상황과 주제가 맞물려서 어떤 삶의 태도나 의미를 드러내는하나의 형태라고 일컬을 수 있습니다.

 

콩트와 수필도 이와 유사한 관계입니다.

물론 수필은 수기보다 훨씬 문학적 완결성을 갖습니다. 다만 수기가 실제와 이야기를 전제로 한다면 수필은 실제와 미적 가공을 필요로 하는 것이지요.  수필에서 이야기는 반듯이 필요조건아닙니다만 미학적 가공은 수기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지요.

하지만 범박하게 말해서 콩트와 수필의 관계가 소설과 수기의 관계와 어느정도 같다고 보면 큰 무리가 없습니다.  

그럼 이야기가 있는 수필은 자전적인 콩트와 비슷하지 않는가요?  물론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이야기가 많다하더라도 이야기 자체가 움직이는 콩트와 ''나''의 감성으로 내가 겪은 사건을 써내려가는 것과는 제법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 작품에서의 차이는 적을 지 몰라도 근원적인 태도면에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사건을 통해서 생산되는 주제의 완결성면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형의 수필에서조차 수필은 주제를 이야기로 접근하지 않고 작자의 직접적인 말로 (감성으로) 접근하지요. 이점이 수필과 수기가 만나는 부분이지요.

 

콩트는 아주 작은 소설입니다. 바로 엽편소설이지요.  장편이 하나의 나무라고 하면 단편은 나무를 잘라놓은 단면이고(나무의 모든 것이 사실 거기에 들어있지요.) 콩트는 그 단면의 어떤 특정한 부분을 지칭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므로 좋은 콩트는 순식간에 일어나는 장면을 그렸는데, 거기에서 독자는 단면을 느낄 수 있고 나아가 나무전체를 희미하게 떠올릴 수 있는 것입니다.  

부기- 저는 우리 사이트에 서  가장 자랑스런 공간이 <콩트 살롱>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린 소설모임이니까, 소설작품난(콩트)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콩트 살롱>에 최근 읽을 만한 좋은 글들이 많이 올라 와서 참으로 기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좋은 글이긴 하되, <콩트 살롱>에는 덜 적합한 글도 있어 보입니다. 그것은  콩트와 수필, 수기의 차이를 간과한데서 오는 것이 아닐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조만간 생활이야기 (수필)란을 하나 만들어야 할지 모릅니다.  

한편으로는, 저는 실제로 우리 회원들께서 아직 콩트의 개념을 잘 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들었지요. 이 참에 그것은 정리해보고자 독한(?) 마음을 먹었습니다. 저로서는 꽤 피곤한 글인데, 용케 마쳤습니다. 다른 장르와 구별하는데 좀 도움이 되었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