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창작론

소설의 구성과 작중 인물의 관계

글길_문학 2009. 12. 2. 15:43

소설의 구성과 작중 인물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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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구성과 작중인물의 관계는 바늘과 실의 관계이다. 어떤
이야기의 주체가 어떤 인물로서, 좀 특이한 성격의 어떤 인물의
좀 흥미로운 생각과 행위들을 긴장과 재미를 잃지 않게 엮은것이
소설이기 때문이다.

1. 소설은 인간성 탐구에 목적을 둔다.
실제로 기억에 남는 소설은 모두 그 소설속에 창조된 인물에
대한 지워지지 않는 인상을 창조해냈다.
'도대체 이 소설엔 관심을 둘만한 사람이 없다구,매력있는
그런 인물이 없다는 거지.' '인물이 살아있지를 않아.' '등장한
인물들이 모두 제역할을 해내지 못한거야.' '인물 설정이 너무
도식적이고 그 성격도 진부해.'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은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람들과 다른점이 하나도 없어.
창조된 인물이 아냐.개성도 없고.'
위에 늘어놓은 불만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소설은
실패작이다.

2. 독자의 기억에 스며드는 살아있는 인물을 찾자.
독자의 기억에 남는 인물이 있다면 작품이 형상화됐다는
증거다. 실제로 좋은 소설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작품속
인물만은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소설속에 그려진 어떤 인물에
대한 강렬한 인상이 그 작품의 인상으로 남는다.

3. 실제의 인물과 소설의 인물은 달라야 한다.
소설의 인물은 실제의 인물과 달라야한다. 그것은 소설이라는
차원이 다른 세계에서만 사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현실 속에
있는 실제의 인물보다 소설의 인물은 자유롭지 못하다. 제한된
이야기속에서 소설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필요로하는 생각과
행위만을 보여준다는 구속을 받는다.

4. 소설의 인물은 독자의 상상력에 의해 생명력을 갖는다.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태어난 인물은 독자가 그 작품속에 깊이
몰입되어 작가가 바라는 어떤 환상으로서 그 인물과 만나야만
이해될 수 있다. 소설을 쓰는 재미는 독자가 그런 환상으로
등장인물과 만나 감동받는 것을 훔쳐보는 즐거움이다.

5. 살아움직이는, 생동감있는 인물을 그리자.
실제의 인물들보다 생동감을 주는 인물을 만드는 일은 작가의
의무다. 소설에는 한 인간을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들이 필요에 의해 유기적으로 나열돼 있다. 그 인물의
출생이나 성장과정, 과거 어느날의
일화,이름,식성,말버릇,취미,가정과 식구들의 생각,그의
무의식에 이르기까지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장치들이 눈에
안보이게 얽혀져있는 것이 소설이다. 작가가 그 인물을 독자의
환상속으로 집어넣기 위해 용의주도하게 취사선택한 장치들이다.
그 장치들은 자신이 등장시킨 인물이 독자의 눈에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혀 눈치채지 않게 감추고 상징하는
역할까지 한다.

6. 등장인물은 작가의 필요에 의해 선택된다.
작가는 작품이 필요로 하는 인물을 선택할 권한이 있다.
작가에 의해 선택된 인물은 소설의 주제와 이야기의 얼개속에
들어가 작품의 형상화에 이바지한다. 자신이 해야할 역할을
부여받아 독자의 관심속으로 들어가, 그 심경에 어떤 반응을
일으킨다. 이기적이고 오만한 인물에 대한 분노, 속절없이
짓밟히는 여인에 대한 연민, 사치와 허영 덩어리지만
사랑받을만한 어떤 매력을 지닌 여인에 대한 연정, 병적으로
일그러진 기인의 해프닝을 통한 억압된 감정의 대리충족, 우울증
사내의 내면응시를 통해 새로이 얻게 되는 현실인식과 존재론적
허무감 등.

7. 소설인물은 반드시 정형성을 가져야한다.
정형성이란 곧 보편성이다. 작중인물의 정형성은 소설이
아무리 허구의 세계라 해도 현실을 반영하거나 굴절시킨
세계라는 확인이다. 현실의 인물과 달라야 하면서도 현실속의
인물을 빗대거나 확인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뜻이다. 소설문학의
리얼리티를 입증하는 것이다.

8. 작중인물은 대개 상징성으로 설정된다.
소설의 인물은 현실사회의 어떤면을 암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상징적 존재로서 선택된다. 선악의 상징,
사기꾼,폭력,물질적,속물적,가진자,뺏긴자,지배층,피지배층 등을
대변한다. 상징성이 너무 드러나는 것도 소설 형상화에
장애요인이다. 상징은 그냥 상징으로서 그 상징의 동굴에까지
애써 찾아와 보물상자를 찾으려는 사람이 아닌 사람들에게까지
그것을 눈치채게 해선 안된다.

9. 작중인물은 개성을 가진다.
현실속에서 만나는 인물은 일상의 관습과 이해관계에 의하므로
독특함에 관심이 없다. 그러나 소설의 인물은 독자의 어떤 기대
심리를 충족시킬 의도로 그려지므로 개성이 강조된다. 소설의
인물은 독자를 긴장시킬 수 있도록 낯설어야 한다. 그 낯설음이
바로 개성이다.
소설속의 인물도 실제의 인물처럼 성격변화가 복잡하나 본래의
성격은 어떤 환경 어떤 사건에 놓이든 변해선 안된다. 변하지
않는 성격을 개성이라 한다.여러사람이 모인 곳에서도 개성이
분명한 사람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처럼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 독특한 개성에 의한 생동감을 보여줄때 독자들은 강한
호기심과 기대로 그 인물을 따라다닌다.

10. 진지한 인물과 우스꽝스런 인물중 한쪽을 택한다.
진지한 인물이 소설의 내용을 독자가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양 심각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면,
우스꽝스러운 인물이 등장한 소설은 독자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그것이 자신과는 무관한 얘기라는 안도감을 갖게 하는
이점이 있다. 그 안도감이야말로 그 작품이 이야기하려는 의도를
보다 우회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작가가 쳐놓은 덫이다.

11. 등장인물은 신분에 맞는 의식을 가진다.
소설 속에 의사를 등장시켰으면 의사의 신분에 맞는 지식은
물론 그 언행이 의사다워야 한다. 아무리 의사를 파렴치한으로
그린대도 의사는 의사로서의 격이 있기 마련이다. 소설을 처음
쓰는 사람중에는 등장인물이 지녀야 하는 그런 합당한 의식을
찾지 못해 인물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12. 모델이 있는 소설은 작가의 상상력을 위축시킨다.
실제로 있는 인물을 모델로 쓰여진다 해도 소설의 모든 인물은
작가에 의해 재창조된다. 실제인물이 살아내려온 내력을 그대로
옮겨놓는다면 소설이 아니라 실화가 된다.
모델이 있는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많이 조심해야 된다. 자기
집에 초대받았던 어떤 작가가 그 가든파티 장면을 소설의
배경으로 별로 안좋게 써먹었다고 작가를 안좋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실제의 인물을 모델로 할때 작가가 마음에
어떤 중심을 가질 일이다. 실제 있는 그 이야기를 재구성해야
작품의 형상화가 된다는 믿음과 거기 등장하는 인물도 외양이나
성질들을 전혀 다른것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당신이
그리려는 인물이 소설이라는 울타리속에서나 살 수 있는
만들어진 인물로서 실제의 그 인물보다 생동감있고 의미있는
인물로 그려내지 못하면 역효과가 될 뿐이다.

13. 작중인물은 모두 우리자신이 모델이다.
작중인물은 작가가 자화상을 변형 혹은 객관화한 실체이다.
모델이 있대도 일단 작가에 의해 필요한 부분이 선택되고
변형되어 그려지므로 작가의 분신이다. 작중인물을 창조해내는
작가의 인간이해의 안목과 통찰력이 그 재능과 얼마나 조화있게
어울려 나타나는가가 관건이다.

14. 인물의 성격은 어떤 유형이다.
인물은 혈액형이나 기질을 살펴 능동적.피동적,
내성적.외향적, 단세포적, 행동형.사고형 등으로 나눈다.
혹은 인간의 생체적 구조와 현상이 심리를 결정한다는
입장에서 담즙질:침착.냉정.인내.의지적이나 고집스럽고 거만함,
우울질: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늘 마음이 우울함,
점액질:무딘 감정.매사 활기가 없으나 끈기가 있고 의지가 강함.
다혈질:쾌활하고 활동적이나 인내력이 부족하고 성급함 등
네가지 기질로 나눈다.
평면적 인물과 입체적 인물로 나누는 구분은, 전형적 인물과
개성적 인물의 구분과 상통한다. 평면적 인물은 진지한 이야기나
비극에 맞지 않고 풍자적이거나 희극적 분위기에 효과적인
단순한 생각, 단세포적 성질을 보여준다. 상투적인 익살꾼,
무조건 순종하는 착한 인물, 사기꾼의 전형, 위선자 등등.
입체적 인물은 복합적 인물이라고도 불리는데, 한 작품 속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성격이 발전하고 변화하여 독자에게 계속
놀라움을 안겨주는 의외성을 지닌다. 현대소설에서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인간심리와 의식의 자유분방함을 표현하는 입체적
인물이다.
주역인물과 반동인물로 유형이 구분되기도 한다. 주역인물은
작품의 주인공이자 중심인물이고, 반동인물은 주역인물에 대해
대립 갈등하는 역할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