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그래서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오히려 70년대나 80년대보다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 아닌가 싶다. 문예창작과가 있는 4년제 대학만도 스물다섯군데가 넘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거기에 2년제 대학을 합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각 대학의 평생 교육원과 각종 사회단체들이 문학학교. 또 각 기관의 문화센터들까지 합치면 그 수는 그야말로 엄청날 것이다.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숫자이고, 혼자 창작수업을 하는 사람들까지를 포함한다면 그 예비인력은 정말 그 수를 짐작할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다. 당장 각종 통신망과 인터넷의 문학관련 사이트를 보라. 심하게 말하면, 중학생이고 고등학생이고 대학생이고 한글만 깨치면 너도나도 작가가 되고싶어 하는 게 아닌가 오히려 걱정스러울 정도이다.
농담으로 그런 말을 한다. 70년대와 80년대의 우리나라 주택정책은 1가구 1주택제였다. 결코 실현할 수 없는, 한편으로는 또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정책이긴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 먼저 이 땅에 실현될 두 가지 것이 <1가구 1교회>와 <1가구 1문인>사회의 도래가 아닐까 싶다. 한국교회가 저렇게 수적으로 팽창해 나가다가는 언젠가는 반드시 1가구 1교회 시대가 올 것이며, 또하나 우리사회에 불고있는 이 이상한 문화열기대로라면 언젠가는 1가구 1문인 시대가 도래할 것만 같다. 실제로 서울의 중산층 주부들 사이의 삼불출 중의 하나가 아직도 등단하지 않았냐는 농담까지 돌고있는 판이다.
그런데도 책은 읽히지 않는다. 왜 이런 기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문학을 하고싶어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아니 시인이든 소설가든 수필가든 아동문학가든 스스로 그런 문인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아도 그렇게 문인이 되고싶어하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조차 자신의 자리를 읽는 자리에 두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작가>의 자리에 두고싶어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읽어야 작가가 된다는 것은 이미 옛말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어쩌면 그들은 글을 쓰고싶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직 <작가>칭호를 달고 싶어하는 사람들인지 모른다. 사실 쓰는 쪽으로든 읽는 쪽으로든 이 나라 문학에 별로 도움이 안되는 사람들이 문학에 목을 매고 있는 꼴이 바로 지금인 것이다.
우리 사회가 그런 문화적 허영에 빠져 있는 것이고, 그러다보니 이것 역시 장사가 되는 일이라 문인들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문예잡지만도 1백개가 넘는 사회가 되었다. <1작가 1문예출판사>시대를 넘어 <1작가 1문예잡지>시대가 도래한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한글만 알면 누구나 작가가 되는 시대가 되었고, 이미 독자보다 작가가 더 많은 시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예전엔 오래된 습작을 거친 다음 일정 수준이 되어야 자신의 작품을 발표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말이되는 것이든 안 되는 것이든 쓰는 족족 마음만 먹으면 통신 매체에 그것을 발표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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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잡지를 들춰보다가 2001년 1월 현대문학에 실린, 이순원 씨의 글을 옮겨봅니다. 이순원 씨는 두개의 굵직한 문학상을 받은 다음에, 독자로부터 베스트셀러같은 훌륭한 소설을 쓰기 위해 공부를 더 열심히 하시라, 는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원고료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현실에서, 한 가정을 둔 가장으로서 수도승과 같은 자세로 글쓰기야 할 수 없겠지만, 이 땅에서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조금씩 조금씩 세속적인 욕망을 버려가는 과정 같은 것이 아닌가 싶다. 고 작가는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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