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글모음

이현 선생님

글길_문학 2009. 11. 19. 19:26

아침 무렵 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남한산성의 등산로를 따라  산에 오르는 동안
간밤에 마신 술이 아직도 머리에 도심속의 스모그처럼 머리속에 남아있어 편두통을 일으키며 나를 괴롭혔다.
정상 못미쳐 중턱에 자리잡은 차가운 검단 약수물을 벌컥 벌컥들이키며
숙취를 달래본다.
"검단약수터"-약수물를 마시고 잠시동안 누가? 왜?  검단약수라고 지었을까 생각해보노라니,

문득 서울에 있는 세검정이 떠오른다.
세검정은 인조반정(仁祖反正) 때 거사 동지인 이귀(李貴)·김류(金) 등이 광해군 폐위 문제를 의논하고 칼을 씻은 자리라고 해서 ‘세검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하필 산중턱에 검단약수터라고 지어진 이름이 도무지 궁금하기만했다.

남한산성 정산에 오르니 하얀 눈발이 가을날 억새꽃처럼 하얗게 나풀거리며 내리기 시작하더니 잠시 후 등산복전체가 하얗게 변했다.
설경의 감흥에 젖어 누구에겐가 전화라도 하고싶어 send버튼를 누르고 잠시 기다리니
기억속에 있던 하나도 변하지 않는전라도 사투리의 구수한 억양이 흘러나온다.
이분이 바로 30년전 나의 초등학교6학년 담임선생이었던 이현선생님이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이현 선생님에 대한 추억을 상념하며, 하산해서 집에오니,

마침 털레비젼 뉴스에  KT&G(한국담배인산공사)에 대한 톱뉴스가 나온다.
내용인즉 흡연자 단체에서  KT&G을 상대로  폐암에 대한 소송를 제기했고,  결국 법원은
원고 패소판결를  내리고 KT&G편를 들어 줬다는 내용이었다.

그리스에는 여신 디케(Dike)가 정의, 질서, 계율을 상징한다.
그래서 정의의 여신상이 나오는 그림를 자세히 보면 ,

정의의 여신상(像)은 오른손에는 정의를 상징하는 칼을,
왼손에는 형평을 뜻하는 저울을 들고 있다.
눈은 천으로 가려져 있거나 아예 감고 있다.


정의를 실현하는 데 주관이나 선입견을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의미이다.

 

문득 오늘 KT&G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보노라니 과연 공정한 판결이었을까?라는 생각이들고,

차운 겨울 바람속에 30년전 이현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했던 짧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느 판사가 살인죄때문에 재판장에 들어선 죄인를 보니 분명 자기 아버지였는데
아들인 판사는 법의 공정성때문에 울면서 사형을 구형했다는 내용이었다."

 

이현선생님께서  우리 스스로에게 던진 법의 공정성이었던것 같다.

 

이말이 당시 선생님으로부터   너무 인상 깊게 들어,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기억속에 자리잡고 있던 가르침이었으며,
얼마전  최인호가 쓴 상도를 읽는도중,

불현듯 이현 선생님을 떠올려보며 감회에 젖었던 문장이 생각나는데,

“재상평여수(財上平如水) 인중직사형(人中直似衡)이라는 말이다.

즉 “재물을 모으는데있어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게고 모아야하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이 치우침이 없어야 한다는 뜻인데,
저울과 같은 공정성을 담고있는 말이며, 그 공정성에는 이현선생님의 말씀이 항상 깃들어있는 느낌 이다.


새벽이 가까워지는  시간 창문을 열고  소리없이 내리는 눈발을 바라 보노라니,
광주에 오면 꼭 연락을 하라는 이현 선생님의 생생한 음성이 하얀 눈과함께 쌓여가고 ,
 불현듯 뵙고 싶어진다.
어느날 갑자기  바람처럼 광주를 향해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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