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3반 교실( 교문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으며 밤나무 숲이 옆에 있는 외딴교실)
교정의 화단엔,
철쭉,진달래,물푸레나무,노간주나무,향나무가 여자애들의 공기소리(돌로만든)를
자장가처럼 들어가며 무성하게 잘자라고,
운동장가엔 플라타너스가 유달리 파랗게 짙어가는 1975년 7월
교실 옆 밤나무숲에선 매미가 쉴새없이 울어댄다.
교실 앞쪽엔 나무로 만들어 니스칠을 한 낡은 교탁이있고,
교탁 앞엔 40대 중반의 무서운 선생님이 껍질 벗긴 버드나무 매를
짚고 근엄한 얼굴로 서 있다.
슬리퍼에 하얀 반팔셔츠 그리고 약간 검은 쟃빛 바지를 입고 목엔 호루라기를 걸고 있는데,
호루라기는 하얀 붕대를 꼬아 끈을 만들어
매고 계시는게 참 인상적이시다.
학교에서 학생이라면 누구나 무서워하는 선생님이시다
수업이 끝나면 도내 체육대회를 준비하기 위하여 학교 육상부를 지도하고 있었으며,
간혹 수업이 끝나고 육상부들이 달릴때,
무릅이 가슴까지 오도록 다리를 높이 들고 안뛴다고
까만 나일론 운동복 반바지만을 입은채 엉덩이를
철썩!
철썩!
맞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하였다.
그 모습을 본 학생들에겐 엄하고 무섭기로 소문 난 선생님이시며,
이분이 바로 호랑이선생 이중현 선생님이시다.
어느날 학생들에게 자습을 시키고 교무실을 잠깐 갔다 온다고 갔었다.
교실에는 검게 얼굴이 탄 장난꾸러기 학생들이 난장판이었다
어떤애는 한쪽구석에서 에서 싸우고 있고,
어떤 넘은 책상 위로 뛰어다니면서 칠판지우개를 여학생에게 던지고,
교실안은 여기저기 잡담과 악쓰는 소리가들리고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그때 다급하고 거칠게 교실문을 재치듯 열고,
얼굴이 뻘개지신 이중현 선생이 머리 끝까지 화를 내고 교실에 들어섰다.
슬리퍼를 끌고 잽싸게 교실 앞쪽으로 가서
껍질 벗긴 버드나무 매로 교탁을 한번 후려치자
교실안은 순식간에 물을 끼얹지듯 조용해졌다.
아니 교실안의 모든 움직임이 순식간에 석고상처럼 굳어 버렸다.
한동안의 침묵을 지키고 계시더니
이중현 선생님이 입을 여셨다.
" 너 이놈들 선생님이 교무실에 가기전에 조용하게 자습을 하라고 했는데 왜 이리 떠들고 난장판이냐!
네, 이놈들 한번 혼나 볼래!
손바닥을 통통한 이 매로 열대씩 맞을래,
아니면 담부터 자습을 잘할래!"
잠시후 학생들은 한결 같이 입을 모아
"담부터 잘하겠습니다."
라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말을했다.
"알았다. 그러면 이번 한번만 용서해준다.
"선생님은 눈으로 안봐도 너희들이 어떻게 하는지 다안다."
그렇게 말씀하신후 교탁에서 칠판쪽을 향해 몸을 돌리셨고
잠시 후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선생님이 너희들을 안보고 있으니까,
누가 아무나 일어나서 움직여 봐라"
잠시 침묵이 흐르고 누구하나 선듯 일어나는 학생이 아무도 없었다.
" 어서 누가 일어나서 움직여봐"
그때 교실 중간에 박X철이 조용히 일어났다 그리고 조용히
소리 안나게 앉았다.
잠시후 1분정도 시간이 흐른후 이중현 선생님이 학생들을 향해 되돌아섰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여셨다
" 방금 움직인 사람이 누군지 선생님이 맞혀 볼까"
교실 바닥엔 유리창을 통해 조용히 들어온 석양빛 햇살이 먼지처럼 쌓여갔고,
학생들은 흑백사진을 찍어놓은듯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이중현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방금 움직인 사람은 '박X철'맞지?
선생님은 뒤통수에도 눈이 있다,
너희들이 무슨짓을 해도 모든것을 훤하게 알고있다!."
학생들은 긍정도 부정도 안했지만 정말 귀신처럼 정확하게 맞히셔서
얼어 붙은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놀랍다 못해 신기하기만 했다.
그일이 있으신후,
국민학교 3학년 시골학생들로서는 귀신 같은 호랑이 선생님 이시라고 여기게 되었고,
특히 3학년3반 학생들은 숙제를 안해온 학생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수업태도와 학습능력이 향상되었다.
시간이 흘러 겨울 방학이 얼마남지 않은 학기말에,
난 교실에 혼자 앉아 책을 보다가 문득 이수수께끼같은 사건의 진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이중현 선생님은 뒤통수에 눈이 있던게 아니라,
바로 칠판위에 30도 각도로 걸린,
태극기액자에 비친 모습을 보고 움직인 학생들을 알았던것이다.
이젠 30년이란 시간이 흘러가 버린 지금,
세월의 부유물같은 추억만이
장마철에 파란 이끼가 돌틈에 돋아나듯 피어난다.
지금쯤
이중현 선생님은 어떤 모습을 하고, 어디서 사시고 계실까?
밤이 깊어가는 주말 저녁,
추억의 상념을 물컵에 가득 따라 목마르게 마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