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인이 밝히는 한해의 시작은 매년 1월1일 이지만,
자연의 시간이 시작되는 첫해는 어쩐지 3월1일부터 시작되는것이 아닐까 한다.
삼월이 오면!
누구나 맨 먼저-삼일절을 떠올리겠지만.
난,
텅빈 가슴에 한모퉁이에 아지랭이처럼 피어오르는 3년전의 추억이 생각난다.
영광 염산농협 하나로 마트 오전10시30분.
시골에 사셨지만 늘 나와 함께 어디든 같이 다니시는것을 좋아하는
아버지와 난,
향하도의 선착장에서 나란히 바닷가를 걷고 담소하며 돌아오는길에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담배를 사드리기위해 하나로마트에 들렸다.
마침 우연챦게도,
죽마고우처럼 친하게 지내시는 아버님의 초등학교 동창생 두분을 만났다.
칠순이 넘으신 분들이었지만 나이를 초월해
옆에 서있는 내가 민망 할 정도로 방가움에 도취되어 평어와 비어를 섞어가며,
장난끼있게 농담도 건내시고 즐거워했다.
풍류의 3원칙(술,노래,시)을 무의식적으로 깨우친분들이라,
마트안에서 즉석으로 맥주 세병을 갖다가,
병 뚜껑을 힘차게 땄고,
아버님이 먼저 친구들에게 한잔씩 권했다.
잠시 후 그 중 한분이 아버님께 맥주를 권했고,
아버님은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았기에 사양을 했다.
친구분들은 몇번인가 권했고,
아버님은 그때마다 여러번 계속 사양을 했다.
그때 짖궃은 아버님의 친구분이,
눈깜짝할 사이에
아버님의 양복 바지의 왼쪽 호주머니에 맥주를 반병쯤 부어 버렸다.
옆에 있는 나는 놀랬고,
잠시후 아버님은 너털 웃음을 지으며,
'자네들 장난이 너무 지나치네'하며
여전히 웃음을 진채 맥주에 젖은 양복바지를 털어내고 있었다.
난 그때 아버님의 유연하신 성격과 친구들에 대한 이심전심의 배려에 놀랬고,
칠십이 넘도록 끈끈한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우정에 놀랬다.
이젠 폐암으로 고인이 되어버린 선친이지만,
삼월이 오면 진달래꽃보다 더 아름다운 우정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 당시 75명의 아버님 동창생들중에 이젠 스무명 정도만 살아계시는듯하다.
'인생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평소 자주하시는 선친의 말을 인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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