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창작의 기본적 요소
소설창작의 기본적요소는 재료적 요소(factual elements)와 기술적 요소(technical elements)로 나눌 수 있다. 전자에는 주제, 인물, 언어, 작가의 세계관, 배경 등이 해당되며, 후자에는 시점, 어조, 거리, 분위기, 아이러니 등이 이에 속한다.
이들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요소는 인물(character)과 시점(point of view) 등이다. 소설에서의 인물 성격의 창조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시점의 경우에도 시점에 따라 소설의 제 구성 요소가 유기적 관계를 가지며 달리 나타나게 되는 기술적 작용이 크므로 중요성을 가진다.
새로운 의미창조
작가는 단어의 적절한 결합을 통해 새로운 의미창조를 이루어야 하며 적재적소에 가장 알맞은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정확한 문장을 창조해내야 한다. 정확한 문장은 작가가 의도한 의미를 가장 올바르게 전달한다. 그것이 바로 '좋은 글'의 요건이다.
윌리엄 W. 와트의 좋은 문장의 규범
▷ 좋은 문장은 내용에 충실해야 한다.
▷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 정직성을 지녀야 한다.
▷ 성실성이 있어야 한다.
▷ 정확성이 있어야 한다.
▷ 명료해야 한다.
▷ 경제적이어야 한다.
▷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 작위성이 배제된 자연성이 있어야 한다.
▷ 그리고 당신이 지니고 있는 개성이 알맞은 비율로 섞인다면 당신만의 고유한 문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문장의 요건
▷ 좋은 문장의 첫 번째 요건은 정확성이다. 의미를 쉽게 실어 나르는 정확한 문장은 선명한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 간결하고 쉽게 서술하는 것은 글의 전달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굳이 복잡하게 상황을 그릴 필요는 없다.
▷ 좋은 문장은 경험에서도 나온다. 경험, 그것은 글을 쓰려고 하는 당신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의 장점이 될 것이다.
▷ 생활속에서도 좋은 문장은 수시로 태어나며 자기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을 쓸 때 나올 가능성이 높다. 추상적인 글은 그만큼 생명력이 떨어진다고도 할 수 있다.
▷ 간결한 문장은 선명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좋은 문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 적절한 비유는 좋은 문장의 한 요소이다.
▷ 감정의 가감이 없는 진솔한 글도 역시 좋은 글이 될 가능성이 높다.
▷ 절제된 문장은 반짝거린다. 구구절절한 백마디의 사연을 단 한마디로 줄일 줄 아는 것, 이것 또한 작가의 용기이다.
피해야 할 문장의 전형
▷ 현학을 지나치게 드러내는 글은 독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
▷ 수식어가 넘치거나 미문의식에 사로잡힌 글은 글재주의 모자람을 탄로나게 한다.
- 형용사와 부사의 지나친 수식은 도리어 글의 요지를 산만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 추상적이거나 진부한 표현은 의미를 반감시킨다.
▷ 상투적인 표현은 자제하여야 한다.
- 폭풍우가 몰아치는 암흑같은 밤, 개미 같은 허리, 박꽃처럼 하얀 피부, 고사리 같은 손, 따르릉따르릉, 딩동딩동 등의 똑같은 표현은 새로움을 줄 수 없으며 진부한 표현은 창조가 아니다. 특히 전화벨 소리나 초인종 소리 등의 일반화(?)된 표현에 얽매이곤 하는데,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분위기나 주인공의 심리에 따라 새로운 표현을 찾아내어야 한다. 소리는 듣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 한 문장 속의 동작수는 몇 개가 적당한가
- "나는 허둥지둥 일어나 세수를 하고 대충 가방을 둘러메고 신발을 신은 다음 문을 나섰다." 한 문장 속에 몇 개의 동작이 적당하다는 근거는 없다. 다만 너무 많은 움직임을 묘사함으로써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단점은 있다. 적절한 부분에서 끊어 두 문장내지 세 문장으로 해야 동작이 실감 날 것이다.
나만의 문체를 만들자
문체는 자기를 대변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올바른 문체이다.
한국문학에 있어 1910년대에는 이광수의 계몽주의적 문체가, 1920년대에는 김동인의 탐미주의적 문체가, 1930년대에는 박태원의 유려한 장거리 문체가, 1960년대 초에는 최인훈의 지식인적 문체가, 그리고 1960년대 후반에는 김승옥의 세련된 문체가 한국소설의 문체를 주도해 왔다.
▷ 감각적이며 분위기 있는 문체
버스의 덜커덩거림이 좀 덜해졌다. 버스의 덜커덩거림이 더하고 덜하는 것을 나는 턱으로 느끼고 있었다. 나는 몸에서 힘을 빼고 있었으므로 버스가 자갈이 깔린 시골길을 달려오고 있는 동안 내 턱은 버스가 껑충거리는 데 따라서 함께 덜그럭거리고 있었다. 턱이 덜그럭거릴 정도로 몸에서 힘을 빼고 버스를 타고 있으면 긴장해서 버스를 타고 있을 때보다 피로가 더욱 심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러나 열려진 차창으로 들어와서 나와 밖으로 드러난 살갗을 사정 없이 간지럽히고 불어가는 6월의 바람이 나를 반수면상태로 끌어넣었기 때문에 나는 힘을 주고 있을 수가 없었다. 바람은 무수히 작은 입자로 되어 있고 그 입자들은 할 수 있는 한, 욕심껏 수면제를 품고 있는 것처럼 내게는 생각되었다. 바람 속에는, 신선한 햇볕과 아직 사람들의 땀에 밴 살갗을 스쳐보지 않았다는 천진스러운 저온, 그리고 지금 버스가 달리고 있는 길을 에워싸며 버스를 향하여 달려오고 있는 산줄기의 저편에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소금기, 그런 것들이 이상스레 한데 어울리면서 녹아 있었다. 햇볕의 신선한 밝음과 살갗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 그리고 해풍에 섞여 있는 정도의 소금기, 이 세 가지만 합성해서 수면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지상에 있는 모든 약방의 진열장 안에 있는 어떠한 약보다도 가장 상쾌한 약이 될 것이고 그리고 나는 이세계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제약회사의 전무님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조용히 잠들고 싶어하고 조용히 잠든다는 것은 상쾌한 일이기 때문이다.
- 김승옥의 <무진기행>중에서
▷ 활달한 힘을 느끼게 하는 문체
"저것 좀 보슈."
"뭘 말요?"
"저쪽 소나무 아래."
쭈구려 앉은 여자의 등이 보였다. 붉은 코트 자락을 위로 쳐들고 쭈그린 꼴이 아마도 소변이 급해서 외진 곳을 찾은 모양이다. 여자가 허연 궁둥이를 쳐들고 속곳을 올리다가 뒤를 힐끗 돌아보았다.
"오머머!"
여자가 재빨리 코트 자락을 내리고 보퉁이를 집어들면서 투덜거렸다.
"개새끼들 뭘 보구 지랄야."
영달이가 낄낄 웃었고, 정씨가 낮게 소근거렸다.
"외눈 쌍까풀인데 그래."
"어쩐지 예감이 이사하더라니...."
여자는 어딘가 불안했는지 그들에게로 다가오기를 꺼려하며 주춤주춤했다.
- 황석영의 <삼포가는 길> 중에서
▷ 배경과 행위 묘사가 적절한 문체
그는 방송국의 어두운 통로를 걸어 나오면서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어느새 성가시게 생각하게 된 자신이 놀랍고도 대견했다. 유리문을 밀고 밖으로 나섰다. 광장 가득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눈앞을 가로막은 검은 렌즈로 인해 그 빛은 한 풀 꺾여 나른하고 혼탁하게 보였다. 그는 달아나려는 택시를 소리쳐 불렀다.
무엇보다 차를 사야 해, 최고급으로... 들여다보이지 않게 유리창은 검게 칠해야겠지... 그는 좌석 등받이에 머리를 얹고 눈을 감았다.
택시는 도심지를 뚫고 달려 나갔다. 거리의 레코드 상점마다 똑같은 곡조의 노래가 흘러 나와 카다랗게 공명하고 있어서 마치 거대한 울림통 속을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는 끝없이 메아리 치는 자신의 목소리에 기꺼워 하며 설핏 잠이 들었다. 갑자기 빡빡해진 일정으로 이틀 밤을 새워야 했으므로 몹시 지쳐 있었다. 차는 골목길을 이리저리 틀어 올라가면서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렸다.
- 김서경의 <나침반, 그리고 우리들의 신기루> 중에서
▷ 감정이 배제된 객관적인 문체
그렇게 기대를 해선지 며칠 지나서부터는 조 알갱이를 곧잘 먹었다. 가냘픈 몸매에 비해 끈질긴 생명력도 가지고 있었다. 원래 야생의 새들이 사람 손을 타게 되면 쉬 죽는다는 보편적인 사례도 번복시키고 있었다. 게다가 특히 알다가도 모를 일은 문도 없는 새장인데 좀처럼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어쩌다가 밖으로 나왔다가도 금방 새장 속으로 들어가 놀았다. 또한 녀석은 아무데나 똥을 싸부치지 않았고 항상 새장 바닥에 깔아 놓은 신문지에 싸놓았다. 봄이 되면서 창문을 열어 놓아 버릇하자 이제는 새장 안에다 똥을 싸놓는 일도 없었다. 누가 보아도 그저 평범한 새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참으로 신기한 노릇이었다.
- 양승근의 <굴뚝이 그리운 새> 중에서
▷ 대화와 독백, 그리고 지문의 구분이 없는 문체 : 시적 분위기 혹은 환상적 분위기를 나타내려는 개성적인 문체
갑자기 웬 눈인지 모르겠구먼요. 눈을 보니 조놈들도 발 시렵고 깜짝 놀라겠는가 봐요. 눈 내리기 시작할 때부텀 저리 꽉꽉거리느만요. 아, 내 정신 좀 봐, 스페인은 언제?
봄이 오면, 이라고 다시 대답할 수가 없어 그는 웃으며 돌아섰다. 지난 가을엔 뭐라고 대답했던가? 겨울이 오면, 이라고 했지. 겨울이 오면 가야지요. 소양 교육도 받아 놨으니.
스페인. 그는 웃고 있는 자신의 입꼬리를 갈무렸다. 겨울에는 스페인의 봄, 갈리시아의 이끼 낀 교회에 내리는 비를 생각하며 봄이 오면, 이라고 말했고, 막상 봄이 오면 스페인의 여름, 나자레 해변을 씻어 내리는 대서양의 물결을 생각하며 여름이 오면, 이라고 했다. 그렇게 또 혀름이 오면 스페인의 가을, 한낮의 공원에서 푸른 거울 같은 하늘을 보며 빠져 드는 그들의 낮잠을 생각하며 가을이 오면, 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그들의 언어로 시에스타라 불리는, 낮잠 자는 시간을 기준으로 하루를 두 번 산다. 했다. 겨울에는 겨울에는? 지금은 겨울인데 스페인의 겨울은 생각나지 않았다. 다만, 계절을 넘어, 변해 가는 것과 변하지 않는 영원한 것의 공존을 넘어, 피레네 산맥이 있을 거였다.
- 신경숙의 <빈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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